대학입시
  • “강사 때문에 수능 문제 틀려”…수험생들 항의 빗발
  • 김재성 기자

  • 입력:2015.12.17 17:39
D사 ‘지구과학Ⅰ’, S사 ‘윤리와 사상’ 인강 ‘후폭풍’ “인강 사전 검증체계 필요” 목소리 커져

 

 

 

 

대입 수험생으로 보이는 누리꾼들이 “인터넷 강의(인강) 강사가 개념을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수능에서 피해를 봤다”며 해당 인강 업체의 온라인 게시판과 수험생 커뮤니티를 통해 집단으로 항의하는 일이 최근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검증체계가 부실한 인강 콘텐츠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인강 내용을 사전에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인강 업체인 D사의 한 과학탐구 강사와 S사의 한 사회탐구 강사는 “2016학년도 수능을 치렀다”고 밝히는 누리꾼들로부터 “1년 동안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대비해왔는데 잘못된 강의로 수능에서 문제를 틀렸다”는 항의를 받고 있다. 수능 성적이 발표된 지 2주가 지났음에도 이들 인강 업체의 게시판뿐 아니라 각종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들 인강 강사를 비난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입시업계 일각에서는 “짚고 넘어갔어야 할 문제가 결국 터지고 말았다”는 반응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시라도 빠르게 수십 건의 동영상 강의를 찍어 올려야 하는 인강 제작 여건을 감안할 때 잘못된 강의 내용이 설혹 있더라도 이를 사전에 꼼꼼하게 검수할 장치를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 지구과학Ⅰ 강사 “원유는 유기물 아니다” 수험생들 혼란

 

강사가 개념을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문제의 수능 문항은 2개. 과학탐구 지구과학Ⅰ의 4번 문항과 사회탐구 윤리와 사상의 19번 문항이다.

두 문항 모두 배점은 2점으로 통상 고난도로 여겨지는 문항은 아니다. 주요 입시업체들이 조사한 문항별 정답률들을 종합하면 이들 두 문항의 정답률은 모두 70%가 넘는다. 

지구과학Ⅰ의 4번은 세 가지 환경오염 사례가 나열된다. 이런 환경오염 사례에 대한 설명 3가지를 담은 ‘보기’ 중 옳은 것만을 골라내는 문항이다.

한 수험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D 인강업체 김○○ 강사의 지구과학I 강의 중 ‘원유와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의 관련성’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원유는 유기물이 아니므로 유출되었을 시 BOD가 증가하지 않는다’고 가르치는 바람에 4번 문제를 틀렸다”고 주장했다.

수능 정답이 발표된 뒤 D사 게시판에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수험생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고, 해당 강사는 “이 문항에 대한 이의제기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하겠다”고 밝히면서 ‘원유는 유기물이 아니다’라는 자신의 강의내용을 입증할 근거를 게시판에 열거했다.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6학년도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관련 답변 자료’를 공식적으로 내면서 “원유는 유기물이므로 해수 중에 존재하는 호기성 박테리아에 의한 분해 작용으로 해수의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은 증가한다”면서 ‘문제 및 정답에 이상 없음’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발표 뒤 해당 강사와 D사는 이에 대한 설명이나 해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 올해 수능을 치렀다고 밝힌 A 씨는 대입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 글을 남길 법도 한데 자신에게 불리할까봐 못 올리는 것 아니냐”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 윤리와 사상, ‘증산교는 유불도 통합 아니다’ 강의에 문제 제기


윤리와 사상 19번 문항과 관련된 인강 내용을 둘러싼 수험생들의 문제 제기도 잇따르고 있다. 19번 문항은 동학, 증산교, 원불교를 각각 설명하는 보기를 준 뒤 이들을 설명하는 5개의 선택지 중 옳지 않은 것 하나를 고르는 내용.

정답은 ‘동학은 증산교, 원불교와 달리 현세보다 내세의 지상낙원 실현을 역설하였다’는 설명을 담은 4번이지만, 일부 수험생은 “인강 내용을 떠올려 2번을 선택했다가 틀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S 인강업체 윤리와 사상 과목 ‘문제풀이 강좌’ 강의에서 이○○ 강사가 ‘증산교는 유교, 불교, 도교를 통합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의했다“고 주장했다.

항의가 게시판에 이어지자 해당 강사는 “증산교도 충분히 국난극복의 취지로 유불도 합일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해당 부분을 놓친 것 같다. 모든 커리(커리큘럼)를 다 들은 학생들은 아마도 심기일전(강좌 이름)에서는 유불도 통합이라고 배웠는데. 문풀(문제풀이) 해당 강좌 표현으로 혼란이 더 심해졌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확하지 않은 표현으로 혼란을 느끼게 한 점 진심으로 사과하고 내년 수능에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혼란의 여지를 주지 않도록 더 철저히 할 것을 약속한다”는 게시글을 올려 답변했다.

하지만 해당 강의를 듣는 바람에 이 문제를 틀려 대입에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해당 강사의 게시판을 통해 항의하고 있다. “1년 간 이 강사의 강의를 모두 수강했다”고 주장하는 B 씨는 “답을 2번으로 골라 틀리는 바람에 1등급 원점수 컷 47점에 1점이 모자란 46점을 받았다. 원하던 대학의 수시모집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항의 글을 수차례 올렸다.

S사 측은 “현재 항의 게시글을 올리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답변해주면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하고 있다”면서 “선택지 내에 명확한 오답이 있어 단순히 해당 강사의 강의 때문에 문제를 틀렸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 피해 받은 수험생, 보상받을 수 있을까?


수험생으로 보이는 일부 누리꾼들은 대입 온라인 커뮤니티에 “○○○ 강사 관련 고소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소하면 돈을 받을 수 있나요?” 등의 게시글을 올렸다. 피해 받았다고 주장하는 수험생이 실제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윤성경 변호사(법무법인 태윤)는 “‘내가 이 인강을 듣는 바람에 잘못된 답을 골랐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원칙적으로는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를 생각해볼 수 있으나, 해당 문제 하나로 인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발생하는 비용 등 물리적 손해배상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치열한 인강 경쟁, 사전 검증체계 필요


인터넷 강사의 강의 내용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면서 수험생이 항의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입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험생들이 비슷한 과거의 사례를 떠올리는 내용의 게시글들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2013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한 온라인 영어강사가 “EBS 연계 지문은 내가 찍어준 것만 보면 된다”라는 투로 강의했다는 것. 하지만 실제 수능에서는 해당 강사가 짚어준 내용에서만 출제되지 않았고, 이 강사의 말을 믿고 공부한 수험생들이 “피해를 봤다”면서 항의한 일이 있었다.

왜 자꾸 이 같은 일이 일어날까. 입시업계에서는 “대입 인강 시장이 과열된 가운데 경쟁업체보다 더 빨리 여러 개의 영상 콘텐츠를 올려야 하는 제작 여건상 콘텐츠에 대한 꼼꼼한 검증을 사전에 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시업체 한 관계자는 “인강 업체 내에 콘텐츠 담당 부서와 교과 담당 인력 등은 갖춰져 있지만 모든 콘텐츠를 꼼꼼하게 검수하긴 힘들다”면서 “특히 매년 모의평가 직후에는 경쟁사들보다 한시라도 더 빨리 해설특강을 찍어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수년간 온라인 강의를 해온 한 수학강사는 “대부분의 인강 강사들은 자신의 연구실을 따로 운영해 유명 대학 학부생 및 대학원생을 조교로 두고 콘텐츠를 검수하게 한다”면서 “하지만 동영상을 모니터링하는 조교들이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수년간 EBS에서 강의를 했던 전직 교사는 “온라인 강의는 다수의 학생이 듣지만 검수과정은 부실해 이런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학생들은 인터넷 강의나 다양한 교재들을 단지 ‘참고’로만 활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기본교재는 바로 교과서”라고 강조했다.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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